많은 곳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미디어, SNS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는 책이 연일 베스트 셀러에 오르내린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예측하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나도 한마디 보태어 보자면,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사람이 멈추고 자연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오고 있다. 북 웨일스에 나타난 야생 염소 떼가 마을 거리를 활보하며 주택가에서 풀을 뜯는 모습, 칠레 산티아고 거리에 나타난 퓨마,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거리를 활보하는 야생 칠면조 떼, 인도 루샤쿨야 해변에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 바다거북이 이야기, 대기 오염물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뉴스를 보고 예전에 본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계 인구 절반이 줄자 허드슨강에 돌고래가 돌아오는 장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 나타났다. 아니,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었다.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 거북이. indiatimes 기사 화면 갈무리.
자연과 사람의 관계는 동등해야 한다
사람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자연에 빚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지금껏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다. 코로나는 이 끈질긴 고리를 끊으라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라도 자연환경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라는 신호 말이다. 이익을 위해 환경 파괴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지만, 환경보호를 고민하며 대안을 마련해 온 사람들이 있다. 공정무역도 그중 하나다. 세계 공정무역 기구는(WFTO) 공정무역 10가지 원칙에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명시해 두었다.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자연과 사람도 착취와 지배구조를 벗어나 동등하게 관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공정무역기구(WFTO)의 공정무역 10원칙, 한국공정무역협의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면화 재배
많은 이가 알고 있듯 농약 살포는 환경 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다. ‘농약’ 하면 면화(목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면화 재배 면적은 5%인데,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5%가 면화 재배에 쓰인다. 면화는 병해충에 약한 작물이다 보니 농약 사용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면화 재배지 농부들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고, 땅과 물은 모두 심각하게 오염되어있다. 세계 3대 면화 생산국인 인도는 1997년 면화시장을 개방하면서 GM 면화를 도입했다. 면화 농업 보조금이 폐지되고 면화 가격이 내려가자, 농민들은 수확성이 더 좋다는 GM 면화를 선택했다. GM 면화가 농약 없이도 높은 수확량을 보장한다는 광고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달랐다. 종자는 비쌌고, 농약 없이 해충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GM 면화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등장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했다. GM 면화는 특허권 때문에 종자를 수확할 수 없고 비싼 비용을 들여 새로 사해야 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들도 생겼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의 많은 농민이 모여 유기농 면화 재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단체도 늘고 있다. 생산성은 줄어들지만 사람, 자연이 모두 함께 살아가려면 면화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기농 면화는 전체 생산량의 1% 정도다. 재배하는 이, 사용하는 이 모두의 고민과 관심이 절실하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게 생긴 목화지만, 해를 많이 끼쳐야 키울 수 있다.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 어스맨 시간의 직물
어스맨은 라오스에서 베틀직조한 시간의 직물을 판매하고 있다. 면화에서 천이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 손을 거쳐 완성되는, 보기 드문 원단이다. 다양한 소수 민족 중심 문화가 발달한 라오스는 아직도 예전 방식 그대로 면화를 재배하고 직물을 생산한다. 산이 많은 지형 때문에 외부와 왕래가 적었고 새로운 방식보다, 자신들 고유의 문화를 깊이 있게 발전시키고 전수해 왔다. 단순한 직조기술자가 아닌 마을과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인과도 같다. 라오스에선 집마다 개량되지 않은 토종 목화를 재배한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이 아닌, 뒷마당에서 키운 면화에서 실을 뽑는다. 때때로 부족한 면화를 이웃에게 구입하기도 하지만, 그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대로 길러온 면화에서 씨를 받아 파종해, 다시 거둔다. 매년 사용료를 지불하고 씨앗을 사야 하는 인도 면화와 또 다른 점이다. 라오스 토종 면화는 인도 면화와 달리 섬유 길이가 짧아 뽑아낼 수 있는 실 양이 적다. 대신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기르고 있다. 다 자란 면화는 씨를 빼고 물레를 돌려 손으로 실을 뽑는다. 그래서 기계실과 달리 굵고 울퉁불퉁하다. 이는 라오스 직조 천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나뭇잎을 따고 껍질을 끓여 얻은 염료에 실을 담가 색을 얻는다. 염색이 끝난 실은 베틀에 걸어 마을 고유의 패턴을 따라 직조한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온 그대로. 그래서 볼수록 편안하고 쓸수록 자연스럽다. 이 모든 과정 어떤 것도 자연과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5월엔 공정무역의 날이 있고 6월엔 환경의 날이 있다. 환경의 날도 공정무역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앞으로는 환경문제가 더욱 화두로 떠오를 거다. 사람과 사람의 동등한 관계, 자연과 사람의 동등한 관계. 이 당연한 이치가 실현되길 바라는 이들의 무역. 이것이 공정무역임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5, 6월뿐 아니라 생활 속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공정무역 제품을 기억하고 이용하며 이 운동에 동참해주면 더욱 좋겠다. 나아가 그것이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공정무역 생산자를 기억해주세요!
많은 곳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미디어, SNS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는 책이 연일 베스트 셀러에 오르내린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세계를 예측하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나도 한마디 보태어 보자면,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경’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사람이 멈추고 자연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오고 있다. 북 웨일스에 나타난 야생 염소 떼가 마을 거리를 활보하며 주택가에서 풀을 뜯는 모습, 칠레 산티아고 거리에 나타난 퓨마,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거리를 활보하는 야생 칠면조 떼, 인도 루샤쿨야 해변에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 바다거북이 이야기, 대기 오염물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뉴스를 보고 예전에 본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세계 인구 절반이 줄자 허드슨강에 돌고래가 돌아오는 장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 나타났다. 아니,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을 담아내고 있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는 동등해야 한다
사람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자연에 빚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지금껏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거다. 코로나는 이 끈질긴 고리를 끊으라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라도 자연환경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라는 신호 말이다. 이익을 위해 환경 파괴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지만, 환경보호를 고민하며 대안을 마련해 온 사람들이 있다. 공정무역도 그중 하나다. 세계 공정무역 기구는(WFTO) 공정무역 10가지 원칙에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명시해 두었다. 사람과 사람 뿐 아니라 자연과 사람도 착취와 지배구조를 벗어나 동등하게 관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공정무역기구(WFTO)의 공정무역 10원칙, 한국공정무역협의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면화 재배
많은 이가 알고 있듯 농약 살포는 환경 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다. ‘농약’ 하면 면화(목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면화 재배 면적은 5%인데,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5%가 면화 재배에 쓰인다. 면화는 병해충에 약한 작물이다 보니 농약 사용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면화 재배지 농부들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고, 땅과 물은 모두 심각하게 오염되어있다. 세계 3대 면화 생산국인 인도는 1997년 면화시장을 개방하면서 GM 면화를 도입했다. 면화 농업 보조금이 폐지되고 면화 가격이 내려가자, 농민들은 수확성이 더 좋다는 GM 면화를 선택했다. GM 면화가 농약 없이도 높은 수확량을 보장한다는 광고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달랐다. 종자는 비쌌고, 농약 없이 해충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GM 면화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등장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했다. GM 면화는 특허권 때문에 종자를 수확할 수 없고 비싼 비용을 들여 새로 사해야 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들도 생겼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의 많은 농민이 모여 유기농 면화 재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단체도 늘고 있다. 생산성은 줄어들지만 사람, 자연이 모두 함께 살아가려면 면화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기농 면화는 전체 생산량의 1% 정도다. 재배하는 이, 사용하는 이 모두의 고민과 관심이 절실하다.
모든 것은 자연 그대로, 어스맨 시간의 직물
어스맨은 라오스에서 베틀직조한 시간의 직물을 판매하고 있다. 면화에서 천이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 손을 거쳐 완성되는, 보기 드문 원단이다. 다양한 소수 민족 중심 문화가 발달한 라오스는 아직도 예전 방식 그대로 면화를 재배하고 직물을 생산한다. 산이 많은 지형 때문에 외부와 왕래가 적었고 새로운 방식보다, 자신들 고유의 문화를 깊이 있게 발전시키고 전수해 왔다. 단순한 직조기술자가 아닌 마을과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인과도 같다. 라오스에선 집마다 개량되지 않은 토종 목화를 재배한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이 아닌, 뒷마당에서 키운 면화에서 실을 뽑는다. 때때로 부족한 면화를 이웃에게 구입하기도 하지만, 그도 상황이 비슷하다. 대대로 길러온 면화에서 씨를 받아 파종해, 다시 거둔다. 매년 사용료를 지불하고 씨앗을 사야 하는 인도 면화와 또 다른 점이다. 라오스 토종 면화는 인도 면화와 달리 섬유 길이가 짧아 뽑아낼 수 있는 실 양이 적다. 대신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기르고 있다. 다 자란 면화는 씨를 빼고 물레를 돌려 손으로 실을 뽑는다. 그래서 기계실과 달리 굵고 울퉁불퉁하다. 이는 라오스 직조 천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나뭇잎을 따고 껍질을 끓여 얻은 염료에 실을 담가 색을 얻는다. 염색이 끝난 실은 베틀에 걸어 마을 고유의 패턴을 따라 직조한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온 그대로. 그래서 볼수록 편안하고 쓸수록 자연스럽다. 이 모든 과정 어떤 것도 자연과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5월엔 공정무역의 날이 있고 6월엔 환경의 날이 있다. 환경의 날도 공정무역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앞으로는 환경문제가 더욱 화두로 떠오를 거다. 사람과 사람의 동등한 관계, 자연과 사람의 동등한 관계. 이 당연한 이치가 실현되길 바라는 이들의 무역. 이것이 공정무역임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5, 6월뿐 아니라 생활 속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공정무역 제품을 기억하고 이용하며 이 운동에 동참해주면 더욱 좋겠다. 나아가 그것이 세상을 바꾸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공정무역 생산자를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