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이야기][어스맨 D, 공정무역 공부 대신해드립니다] 우리나라 공정무역,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 전 SNS에서 인상 깊은 글을 봤다. '배울 게 너무 많아 더 살고 싶다'는 거였다. 배움을 수단으로 삼지 않고 '배움이 목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서, 글을 써야 해서 필요해서, 배움을 수단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 적지 않은 깨달음을 주었다. 요즘은 콘텐츠를 위해 공정무역 공부를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순수해져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더 깊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지윤 연구원, 성공회대 경영학과 홍정민 학생, 김선화 연구원(왼쪽부터)


지난번에 공정무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공부해보니, 우리나라 공정무역 현황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 연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선화, 전지윤 연구원을 만났다. 김선화 연구원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이자 성공회대 협동조합 경영학과 연구교수이고 전지윤 연구원은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이사이며, 성공회대 초빙교수이자 구로마을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선화 연구원은 공정무역 업계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일타강사다. 공정무역을 오랫동안 연구하며 논문을 쓰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서울이나 경기도 같은 공정무역 도시에 정책과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또 강의를 통해 수많은 공정무역 활동가를 양성해 온 강사다. 전지윤 연구원은 공정무역 대표기업 페어트레이드 코리아(그루)에서 오랜 시간 실무자로 일했다. 생산지 파트너십을 담당해 수많은 공정무역 생산자와 함께 일하며 현장에서 공정무역을 익혔다. 현재 성공회대에서 공정무역으로 박사과정을 진행중이다. 공정무역을 오랫동안 연구하며 고민한 분들이기에, 우리나라 공정무역은 어떻게 발전해 왔고 현재는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었다.

파키스탄 훈자마을 공정무역 생산자


우리나라 공정무역의 성장

김선화, 전지윤 연구원은 공정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산자와 연대'를 꼽았다. 공정무역은 주류 경제에서 소외된 생산자에게 정당하게 기회를 주는 일이고, 공동체발전기금(프리미엄) 및 공정무역기금 등을 통해 생산자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고민할 기회를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피상적으로 맺는 파트너십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공정무역 활동의 핵심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공정무역이 시작된 건 2002년부터다. 공정무역 단체를 중심으로 커피,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공정무역 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엔 한국공정무역협의회를 꾸렸다. 비슷한 시기에 인천시와 서울특별시에서 공정무역마을이 되겠다고 선포하면서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정책 및 자원을 마련하며 시민사회 운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2012년에 서울을 공정무역 도시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고, 6년의 시간이 걸려 서울은 공정무역 도시로 정식 인정받았다.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공정무역 도시로 인정받은 건 서울시가 처음이란다.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조례제정, 공공기관 내 공정무역물품 판매처 운영, 시민교육, 공정무역위원회 활동이 이어졌고 지자체가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받으면서 공정무역 운동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 기준 한국 공정무역협의회(KFTO)에 11개 회원 단체가 있고 FLO 인증 제품을 거래하는 21개 업체가 커피, 차, 초콜릿, 건과 견과, 면화, 설탕, 향신료, 오일, 스낵 등 약 522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김선화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인식도 한몫했다고 말한다. “SNS, 온라인을 통한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비윤리적 생산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빠르게 퍼졌어요. 덕분에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문화의 필요성이 빠르게 전파되었죠.” 기존 무역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 무역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공정무역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이다.

양천구 공정무역 인증 기념 캠페인 행사. 사진출처: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홈페이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는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주목해야

김선화 연구원은 이런 인식에 발맞춰 공정무역마을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이 가진 가치에 동의하고 마음을 내어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과 커뮤니티들을 발굴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공정무역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 인식을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공정무역 운동은 좀 더 깊이 있게 나아가기 위한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다양한 학교, 사무실, 기관 등에서 공정무역커뮤니티가 되어 학생들이 개인의 선택과 상관없이 공정무역을 배우고, 학교급식에서 공정무역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고, 사무실에서 회의를 할 때 공정무역 차와 커피를 마시고, 학교나 공공기관의 매점이나 카페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여 자연스럽게 공정무역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를 통해 개인들은 자연스럽게 공정무역을 만나게 될 거라고. 공공기관, 학교, 복지관, 종교기관, 사무실 등 개인들이 일상에서 영위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교육하고,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꽤 많은 공정무역 상품이 이렇게 소비되고 있어요. 공정무역 단체들은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전지윤 연구원은 학교에서 공정무역을 가르치고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지역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과 수요가 다양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11곳이 공정무역도시로 인증받았고 그 밖에 종교기관, 실천기업, 대학, 기관 등도 인증을 받고 있으며 그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김선화 연구원은 공정무역마을운동이 활성화될수록 집단 소비가 많아질 텐데, 이런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하면서 단체 티셔츠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공정무역 운동이니까 당연히 공정무역 면화로 만들자고 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거예요.” 가능한 업체가 없어서 결국 다른 제품으로 대체했다며, 공정무역단체들이 이런 수요에 대응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통해 급증하는 수요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끔 사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말이다. 공정무역 단체들이 기존 유통 시장을 넘어서려면 마을 운동 현장과 자꾸 만나 마을 운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스맨 싸바이디 키트를 활용한 공정무역 워크숍


공정무역 교육,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작년에 공정무역마을운동을 하면서 교육에 대한 수요를 많이 확인했어요. 어스맨과 함께 진행했던 워크숍이 반응이 되게 좋았거든요. 물품이 담긴 교육 키트가 함께 제공되니까 시너지가 훨씬 좋았던 거 같아요. 앞으로 이렇게 공정무역물품이 함께 제공되는 교육키트가 더 많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 물품을 더 많이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전지윤 연구원은 공정무역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다양한 형태의 공정무역 키트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키트가 개발되고 그에 맞게 공정무역 교육 커리큘럼이 다양해지면, 보다 더 활발하게 공정무역 교육이 이루어 질 거라고 말이다.

김선화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공정무역이 이제야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유럽 국가들처럼 학교에서 공정무역을 가르쳐야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이들이 공정무역을 쉽게 접하고 배우도록 정보를 축적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더 많은 이가 공정무역의 가치에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말이다.

어스맨 싸바이디 키트아름다운커피 공정무역 스타터 키트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정무역 공부를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내가 공정무역을 좀 더 공부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이게 지금 시점에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니 조금 뿌듯했다. 앞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부하고 여러분과 나눌 테니 기대해 주시라. 다음에 또 어떤 주제를 공부해야 할까. 혹시 공정무역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 DM 언제든 남겨달라. 어스맨 D가 대신 공부해드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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