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맨과 친구사이]손으로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 ‘아마씨’

어스맨은 사람과 사람의 진심을 잇는 무역을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스맨이 찾은 제품을 통해 관계 맺은 모든 이는, 좋은 파트너이자 좋은 친구입니다. [어스맨과 친구사이]를 통해 어스맨과 함께하는 친구를 소개하고 알리려 합니다. 어스맨 뿐 아니라 어스맨의 친구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많은 애정 가져주세요. 

아마씨 친구들 동예(왼쪽), 차강(오른쪽)

아마씨는 생활 속 이야기가 담긴 소품을 만드는 팀이다. 손바느질, 페인팅, 목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 소품을 만든다.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인 차강과, 아트퍼니처를 하던 동예가 함께 한다. 차강은 동화책이나, 어린이 도서에 담긴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였다. 용돈을 벌 생각에, 친구와 함께 홍대 앞 플리마켓에 참여했다가 다양한 작업자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본격적으로 수공예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차강의 행보를 지켜보던 동예는 나무로 작은 소품을 만들어 함께 팀을 꾸리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족한 점을 서로 메울 수 있겠다 싶어 차강과 함께 아마씨를 꾸렸다. 아마씨라는 이름은 불확실한 상태를 지칭하는 ‘아마’와 누군가를 지칭하는 ‘~씨’를 붙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아마씨 특유의 감성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제품들

아마씨는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제품을 만든다. 자신들의 이야기, 일상에서 겪은 경험, 누군가의 필요로부터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제품을 기획할 땐, 비슷한 제품을 직접 사서 사용하면서 아마씨의 제품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한다. 천은 어떤 걸 쓰면 좋을지,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거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입힐 수 있는지 오랜 시간 고민한 뒤에야 제품을 제작한다. 실용성과 소재, 이야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아마씨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소위 유행하는 제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골라 만들 수도 있지만, 자신들의 필요로부터 시작한 제품, 가장 잘 아는 것이라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씨의 제품은 흔히 보이는 소품들과는 다르다. 사용자를 배려한 디테일, 정성스럽고 꼼꼼한 마감처리, 무엇보다 이야기를 담은 자수가 그들의 제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스맨 천으로 만든 아마씨 제품

아마씨는 어스맨을 2014년 핸드메이드페어에서 처음 만났다. 라오스에서 베틀 직조한 원단 질감이 너무 독특했고 라오스 생산자와 천이야기의 전시가 인상 깊었다. 목화로부터 손으로 실을 뽑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색을 입히고, 베틀로 마을 고유의 패턴을 직조하는 라오스 생산자들의 이야기에서 진한 매력을 느꼈다. 불규칙한 굵기의 실로부터 나오는 라오스 원단의 독특한 질감은 기계로 흉내 낼 수 없는 촉감이다. 여기에 아마씨의 감성을 더한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어스맨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제품은 다크 인디고 색상으로 제작했는데, 짙은 쪽빛이 마치 밤바다 같아 보여 밤바다에서 수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수놓았다. 그렇게 탄생한 수영 필통은 지금도 꾸준하게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다. 

차강과 동해 모두 그때 만든 수영 필통을 아직까지 쓰고 있는데, 지금은 색이 바래, 하늘빛으로 바뀌었다. 자연염색이라 색이 바래는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함께 세월을 보낸 자국이 제품에 그대로 남는것 또한 어스맨 원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2019 세계 공정무역의 날 워크숍

아마씨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자,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자신들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소품에 담아 늘어놓는 사람들. 보부상인 어스맨과 많이 닮았다. 제품을 매개로 사람을 잇는 활동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 어스맨에서 소규모 워크숍 ‘6월 공정한 시간’에 강사로 초빙했다. ‘공정한 바느질: 실로 잇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라오스 원단 자투리 천으로 코스터 만들기를 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멈춘 일상을 돌아보고 두려웠던 것, 쉽게 지나쳤던 일상의 고마운 순간들을 손바느질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혼자 겪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것 일 테니까. 우리가 결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될 때 더 쉽게 덜어내고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마련했다.

6월 공정한 시간 '공정한 바느질'

10년 뒤를 물었다. 아마씨는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이야기를 담아 자신들의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어스맨 라오스 원단으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서 공정무역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면 좋겠다고. 그리고, 아마씨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바느질 이야기, 자수에 담긴 이야기,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 싶단다.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것, 그리고 어스맨과 지금처럼 좋은 파트너로, 친구로 길을 걷는 것이 앞으로 10년의 목표라고 말한다.  

아마씨는 어스맨에게 “공정무역 하느라, 그리고 알리느라 참 수고했다”며 “더 다양한 공정무역의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어스맨이 힘내어 더 잘할 수 있게, 언제나 지지해주는 좋은 친구가 많아지면 좋겠다”며 어스맨을 응원했다. 

이런 감성, 어떡하지 ㅠㅠ

어스맨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스맨이 가야 할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에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사람들에게 공정무역은 여전히 생소하고, 익숙지 않다. 커피, 초콜릿, 캐슈넛, 설탕, 올리브유, 수공예품 정도를 제외하곤 공정무역 제품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등짐을 지고 지구마을 곳곳을 누비는 보부상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마을 저 마을에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떠나는 보부상. 아직 가야 할 곳이 많고 소개해야 할 이야기가 많기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보따리를 기다리는 많은 이를 위해서. 

아마씨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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